노무현 대통령과 에르도안 터키 총리는 16일 오후(한국시간)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보스포러스 해협에서 선상 회동을 갖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눴다. 예정에 없던 이날 선상 회동은 전날 만찬에서 에르도안 총리가 제안한 것으로 노 대통령과 터키 총리 내외, 국무장관, 주지사, 국회의원 등이 참석해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혈맹관계’를 다졌다.
에르도안 총리는 배를 타고 가면서 왕궁과 대학, 박물관, 옛성 등 명소들을 소개했다. 이스탄불 출신인 에르도안 총리는 “저 곳이 제가 공차고 놀던 곳입니다”며 개인사를 덧붙여 설명했고, 양국 지도자들은 이스탄불 역사를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노 대통령이 전날 세제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멜로디를 흥얼거려 화제가 됐던 터키 민요의 소재인 ‘위스크다르’ 지방을 지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나도 바닷가에 살아봐서 바다를 무척 좋아한다. 우리의 남해안 뱃길만큼이나 아름답다. 도시가 매우 큰데도 바다가 오염되지 않은 점이 신기하다”고 말했고, 에르도안 총리는 “시에서 오염방지 노력을 많이 하며, 수중과 수면의 물 흐름이 다르기 때문에 오염이 덜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총리는 또 “터키국민들이 노 대통령을 마음으로 환영하고 있다. 얼마 전 터키에 투자한 한국기업을 가봤는데 감동과 좋은 인상을 받았다. 양국 간에 실질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한국기업의 터키 합작투자에 관심이 많은데, 비자 문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다”고 건의했고, 에르도안 총리는 “그 문제를 잘 알고 있으며 국회에서 법 개정을 준비 중이니 곧 정비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후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선상회동에 대해 “선상회동을 안 했으면 참 억울할 뻔 했다. 대통령 되고 제일 좋은 구경 했다”고 소감을 밝힌 뒤 “잠시 스쳐가는 생각이었지만 돈만 있으면 가지 말고 여기서 살면 좋겠는데,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대통령이에요. 안가면 큰일 나겠다 생각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터키총리와 지중해 선상회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