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청와대에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결과를 보고받고 긴 시간 성의 있게 대화한 것은 의미가 매우 크고 좋은 징조”라며 격의 없는 대화로 상호신뢰를 확인한 것은 매우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모두가 호의를 갖고 잘 풀려고 하는데 이 계기를 잘 살려 성과를 이끌어야겠다”면서 사소한 말실수나 일관성 없는 태도로 기조를 흐트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하고 “후속조치를 빈틈없이 잘 취해 (이번 면담을) 좋은 결실로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6·15 통일대축전 참가를 위해 평양을 방문해 김 위원장을 면담한 뒤 이날 오후 귀국한 정 장관은 노 대통령에 대한 보고에 이어 서울 삼청동 남북회담 사무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면담결과와 방북성과를 브리핑했다.
이 자리에서 정 장관은 김 국방위원장이 북한은 6자회담을 한번도 포기한 적이 없고 거부한 적이 없으며 미국이 우리를 인정하고 존중하려는 뜻이 확고하다면 7월 중에라도 나올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정 장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국의 비핵화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며 이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강조하고 “우리가 원하는 체제를 보장하는 것이 관철된다면 핵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으며 6자회담을 거부한 적도 포기한 적도 없다”면서 “미국이 우리를 업수이 보기 때문에 맞서보려고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핵문제 해결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포함한 모든 국제사찰을 수용해 철저하게 검증받을 용의가 있다”면서 “모든 것을 공개해도 좋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10일 한·미정상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북미 간 양자 안전보장보다 다자틀 안에서의 안정보장이 더 굳고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는 정 장관의 설명에 대해 “일리가 있다.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위원장은 또 “부시 각하에 대해 나쁘게 생각할 근거와 이유가 없다. 지난번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은 대화하기 좋은 남자이며 흥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을 지금도 기억하며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왔을 때도 같은 취지의 얘기를 했다”며 “클린턴 대통령 때부터 미국에 대해 좋은 생각을 갖고 있으며 우호적으로 대하려고 하고 있고 나의 이런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혀도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광복 60주년을 맞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이 반드시 이어져야 할 것이라는 정 장관의 제안을 받아들여 “8·15에 금강산에서 개최할 것”을 배석한 림동옥 조평통부위원장에게 바로 지시했다. 이어 정 장관의 이산가족 화상상봉 제안에 대해서도 “매우 흥미있고 흥분되는 제안”이라며 “이번 8·15에 첫 화상상봉이 되도록 남북이 경쟁적으로 준비하자”고 화답했다.
김 위원장은 또 서울에서 열리는 8·15 행사에 비중 있는 북측인사의 파견을 약속하면서 특히 “육지에도 길을 내고 북남이 오가는데 경계도 분명치 않은 바다에서 서로 총질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장성급 군사회담을 재개해 서해지역의 긴장완화에 힘쓰자”고 말했다. 장성급 회담과 동시에 수상회담을 열어 바다에서 공동어로를 통해 긴장이 아닌 공동이익을 낚아 올리자는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서도 동의했다.
이밖에도 김 위원장은 남북 직항로가 서해 상공을 경유해 우회함에 따라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지적에 대해 서울-평양 간 육로 상공의 직항로를 열 것을 제안했다고 정 장관은 전했다.
후속조치 잘 취해 좋은 결실 이끌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