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30일 복지 정책 재원조달과 관련하여 증세 없이 재원을 확보하겠다.면서 재정·복지 조세 3대 개혁을 통해 보편적 복지에 필요한 예산을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재정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복지재정 지출을 지속적이면서 점진적으로 늘려 OECD 평균수준에 이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진보신당은 논평에서 손학규 대표의 증세 없이도 보편적 복지가 가능하다는 주장은 보편적 복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손 대표 주장대로 OECD평균 수준이 되려면 지금보다 약 110 조 원 가량의 복지재정이 더 필요하다. 최근의 OECD평균 복지 지출규모는 GDP기준 20.6%인데 한국은 이 보다 약 11% 포인트 낮다. 따라서, 한국 GDP를 대략 1,000조로만 계산하더라도 110조원이 더 필요한 것이다.

복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민주당이 주장하는 3+1 복지는 충분하지 않다는 말이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도 일자리, 주거 등에서 추가로 복지정책을 제시하겠다고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진짜 복지국가로 탈바꿈시키기 위해서는 따라서 증세가 필수적이다. 몇 가지 지출구조 개선으로는 손학규 대표가 이야기하는 OECD수준에 결코 도달할 수 없다.

민주당의 3+1을 실현하기 위해서조차도 증세는 필수적이다. 조세개혁을 하고 재정지출을 개선하겠다지만 현실적으로 들리지 않고,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대기업 퍼주기 라는 평가 속에서 폐지가 유력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 제도가 작년 말 살아남았던 것은 민주당이 이 제도의 존치를 합의해줬기 때문이다. 임투제도를 통해 대기업은 2008년 기준으로 1조 4700억 원이 넘는 감세 혜택을 봤다.

민주당은 비과세감면 축소도 이야기하는데, 이는 조세제도 개선 논의 때 마다 나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에 따르면 비과세감면제도는 세부 논의가 매우 복잡하여 불필요한 조세저항을 대거 발생시킬 수 있으며, 축소의 실익도 그다지 크지 않아 많아야 3-4조원의 세수 확보가 최대치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불요불급한 예산을 줄여보겠다지만 지난해 말 4대강 예산을 국방예산으로 돌리자면서 시류에 편승했던 민주당에게 한반도 평화체제와 군축을 통한 예산 조정 등 원칙과 소신에 맞는 지출구조조정을 집행할 의지와 능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몇 가지 의미 있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손학규 대표의 주장은 감동적이지도 현실적이지도 않다. 게다가 민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철회, 불공평한 건강보험료 부과기반 확대 등은 사실 넓은 의미에서는 증세에 해당하지 않는가. 증세를 증세라고 말하지 못하는 민주당이 걱정하는 것이 불필요한 조세저항으로 인한 복지정책의 좌초인가, 아니면 선거에서의 유불리인가.

손 대표의 주장은 재벌과 부자들 눈치 보다 나온 몸부림에 불과하다. 복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눈치보기와 임기응변이 아니라 부자증세를 관철시킬 의지와 그에 합당한 노력이다. 한나라당이 얘기하는 복지포퓰리즘 선거 복지 등의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