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지난 5월 4-5일, 군과 경찰을 동원, 평택을 점령하였다. 군을 동원한 점령과정은 80년 광주학살을 연상시킬 정도로 폭력적이었다. 이 충격적 사태에 대해 민주노동당은 군 투입과 주민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책임을 물어 윤광웅 국방부 장관의 해임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은 평택문제에 대한 국민여론 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여 실시한 결과 우리 국민들의 절반 이상(57.6%)이 현재 진행중인 미군기지 확장이전을 반대하고 있으며, 국민들의 절대다수(69.4%)가 즉각적 또는 단계적인 주한미군의 철수를 희망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바 있다.
여론조사에 나타난 민심을 기초로 민주노동당은 지금 시기 평택문제의 근본해결을 위한 기본입장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첫째, 이른바 신속기동여단이라는 스트라이커부대를 포함한 미2사단의 평택이전은 우리 정부나 국민이 동의해준바 없으며 미국이 자기 멋대로 진행하는 주한미군재배치계획의 일환이기 때문에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
정부는 평택의 미군기지 확장이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실제 평택에 확장하려는 350만평을 통털어 용산기지 이전에 소요되는 대체부지는 팽성(평택 캠프 험프리 인접지역)과 서탄(평택 미공군 비행장 인접지역)을 합쳐 불과 50여만평에 불과하며, 나머지 300만평 가량은 신속기동 공격부대로 재편되는 미2사단의 대체부지로 거의 대부분 예정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미2사단 이전은 동두천과 의정부로 1단계 통합운영하고, 추후 안보상황을 고려하여 이전을 추진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평택으로의 이전이 정부 차원에서도 완전하게 합의된 것이 아니다.
이 사실이 말해주는 것은 평택으로의 미군기지 확장이전의 핵심문제가 “용산기지이전”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아직 논의조차 되지 않은 “미2사단이전배치”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평택의 미군기지확장이전은 우리 국민의 요구에 따라 용산기지를 이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요구에 따라 주한미군 전반의 재배치계획을 관철하기 위해서 진행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번 사태를 방관하고 방치하면 평택미군기지는 필연코 주한미군의 전쟁목적을 위한 전초기지로, 동북아 분쟁의 화약고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정부 차원에서든 국회 차원에서든 우리 국민이 여기 대해 합의해준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둘째, 국민혈세의 엄청난 낭비와 국가재정 파탄까지 우려되는 기지이전 관련비용 문제는 반드시 투명하게 처리되고 재조정되어야 한다.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서 무려 4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용산기지 이전비용을 한국정부가 전액 부담하기로 한 기지이전협정은 주한미군의 역할변경과 감축 등 변동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이전협정 자체 규정(2조5항)에 따르더라도 재협상되어야 한다.
40조원은 우리나라 국방예산 2년치에 해당하며 전국민에게 1인당 100만원씩 나누어줄 수 있는 거액이다. 노무현정부는 천문학적인 기지이전비용을 국민혈세로 어떻게 감당할 작정인지, 아니면 대충 합의해주고 차기 정권에 부담을 떠넘길 생각인지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한 현재 협상중인 1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미군기지 환경오염 복구비용과 기지확장을 위한 성토비용 등은 현행 한미행정협정에 따르더라도 당연히 미군측이 부담해야 한다.
셋째, 우리 국민 대다수가 알지 못하는 가운데 추진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개념을 지금같이 국민적 동의없이 계속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근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므로 대통령이라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기 권한을 뛰어넘는 대미합의를 즉각 폐기하고 주한미군의 지위역할 변경에 동의하는가 아닌가의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란 것은 50년 넘게 오직 대북억지력을 이유로 존재해왔던 주한미군의 성격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전쟁가능성을 극대화하고 민족의 운명을 파멸로 몰고갈 수 있는 심각성을 내포한 문제이기 때문에 단순히 정부 차원의 합의각서 정도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민주노동당은 이미 이 문제를 대통령의 월권행위로 규정하고 이 문제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해놓고 있다. 민주노동당은 한국을 전쟁기지화하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폐기할 것을 주장하며, 만약 노무현정부가 그것을 찬성하고자 한다면 반드시 국민적 합의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넷째, 노무현 정부는 이 모든 사안과 관련된 미국측과의 협상자료를 즉각 공개하고 이미 지난 국회에서 약속한 바대로 미군기지이전과 관련한 국회 차원의 청문회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평택문제의 진실규명과 근본해결을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청문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미 국회에서는 2004년 12월 주한미군의 기지이전협상과 관련해 협상안을 비준해 주면서 관련 청문회를 열기로 합의한 바가 있었다. 지금의 평택문제는 당시 국회가 비준해준 두개의 협상안, 즉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미합중국 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비준동의안“(용산기지 이전안)과 ”2003년 3월 29일 서명된 대한민국과 미합중국 간의 연합토지관리계획협정에 관한 개정협정비준동의안“(연합토지관리계획)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당시 국회가 약속한 청문회를 반드시 개최하여야 하며 다음의 몇가지를 규명하고, 평택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그것은 △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미군재배치 문제와 용산기지 이전의 관계 △ 이전 비용 및 환경복구 비용 분담, 성토비용 등 비용 문제 △ 평택 군투입 문제를 비롯한 폭력적인 진압 과정의 진상규명 및 책임 문제 등이다.
민주노동당의 기본입장을 다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스트라이커부대를 포함하는 미2사단의 평택이전계획은 전면재검토되어야 한다.
2. 기지이전과 관련한 천문학적인 비용문제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재조정되어야 하며, 원칙적으로 미군측의 요구에 따른 이전비용과 수복비용은 당연히 미군측이 부담해야 한다.
3.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계획은 국민투표를 통해 동의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4. 이런 문제점들의 진실규명과 해결을 위해 이미 약속된 국회청문회를 조속히 실시해야 한다.
평택이전 재검토 국회청문회 실시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