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정권을 18년 동안 이끌어 가면서 한국경제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박정희 대통령은 비명에 갔고 그 뒤를 이어받은 최규하 대통령은 국민의 눈에 웃음거리가 되다. 무리하게 정권을 차지한 전두환 씨나 그 뒤를 이은 노태우 씨는 임기가 끝나고 나서 큰 집에 가는 불행한 신세를 면치 못하였다.
그리고 나서 문민정부가 들어섰고 그 뒤에 국민의 정부가 등장하였다. 김영삼, 김대중 두 사람은 아직 감옥에 가지는 않았지만 도청 사건이 불거지면서 민주화 투사의 이미지에는 먹칠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처음에는 김대중 씨만 걸려드는 것 같더니 김영삼 씨도 예외는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진 모양이다.
나도 한 때는 그 두 사람을 민주화 투사라고 믿고 있었다. 저 분들은 조국의 민주화를 위하여 단식투쟁도 하고 감옥에도 가고 또는 망명도 하는 것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고는 공공연하게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나 해치우는 일종의 폭군들이 되고 말았다. 군을 개혁한다고 수십 개, 수백 개의 별을 하루아침에 땅에 떨어지게 하는 것을 보고 “개혁이 저런 것은 아닌데”라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70 노구를 이끌고 독재자 김정일을 만나러 휴전선을 넘어 북으로 가는 대한민국 대통령 김대중을 보면서 어찌하여 왕년의 민주화투사가 저런 비굴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가 생각하며 통탄한 적이 있었다. 민주화투사가 대통령이 되면 그렇게 되는 것인가.
민주화 투사 대통령이라더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