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정부는 분명 민주정부인가. 이른바 8.15서울민족대축전 을 전후하여 경찰이 보이고 있는 행동을 보면 이러한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장면 하나. 지난 14일 서울 동작동 국립 현충원 정문 앞. 이 날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가 예정되어 있던 오후 2시에 30분 앞서 자유사랑청년연합, 자유개척청년단 등 열혈 청년들이 북측 대표단의 현충원 참배에 항의를 표하기 위한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기자회견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이들 청년들의 모습조차 북측 대표단이 볼 수 없었다. 경찰이 이른바 닭장차라 불리는 경찰수송차에 이들을 감금했던 것이다. 청년들은 북측 대표단이 현충원 참배를 마치고 돌아간 뒤에야 풀려났다.
장면 둘. 8월15일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이 날 오후 3시부터 반핵반김국민협의회 주최 북핵폐기북한해방을 위한 국민대회가 열렸다. 행사 중 자유사랑청년연합 회원들이 인공기를 찢는 퍼포먼스를 벌이려 했으나 경찰이 달려들어 인공기를 빼앗으며 제지하는 바람에 퍼포먼스는 무산되었다.
장면 셋. 8월15일 오후 1시 종로5가 북핵저지시민연대 사무실. 이 날 북핵저지시민연대, 자유개청청년단, 나라사랑시민연대 회원들은 광화문 집회를 위해 피켓 현수막 등 행사용품을 옮기려던 중 경찰에 몽땅 빼앗겼다.
장면 넷. 8월16일 용산역 부근. 이른 아침부터 오후 1시를 넘기고 있는 지금까지 사복경찰들이 자유시민연대 사무실 주위를 서성이고 있다. 이들은 14일부터 감시에 들어가 회원들을 일일이 따라붙고 있다. 자유시민연대 사무실을 사랑방 삼아 자주 드나드는 자유개척청년단 및 자유사랑청년연합 회원들이 또 무슨 일을 벌일까 몰라 감시하고 있는 듯하다. 마땅한 그늘도 없는 골목길에서 삼복더위에 지쳐 있는 모습이지만 북측 대표단이 북으로 돌아갈 때까지 철수하지 않을 모양이다.
경찰이 현충원에서 북측 대표단의 참배에 항의하기 위해 기자회견(사실상 시위)을 하려던 청년들을 감금한 것은 북측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정부의 지침에 따라 시위를 원천봉쇄하기 위한 것일 터이다. 정부가 북측의 눈치를 보는 것도 마땅치 않지만 설혹 백보 양보하여 정부의 입장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도대체 어떤 법적 근거로 젊은이들을 강제 감금한 것인가? 법적 근거가 없음은 경찰이 이들을 북측 대표단이 돌아간 직후 풀어주었다는 사실이 웅변한다. 법적 근거가 없으니 풀어준 것일 터이고, 법적 근거가 있었다면 마땅히 법에 의해 처리해야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공기를 찢는 행위가 집시법 어느 조항에 위배되는 것인가. 만일 위배된다면 왜 제지하기만 할 뿐 법에 따라 처리하지 않은 것인가. 아니 그에 앞서 행사용품 자체를 사전에 빼앗는 건 또 무어란 말인가. 도대체 이 정부가 자신들이 그토록 비난해 마지않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무엇이 다른가.
자유시민연대 사무실 주변을 사복경찰이 맴돌고 있는 풍경은 더욱 과거 권위주의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과거에도 정보과 형사들은 요주의 단체를 늘 감시하지 않았던가. 다른 게 있다면 감시대상이 바뀌었다는 점일 뿐이다.
이 정부는 왜 그리고 무슨 법적 근거로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표출을 막는가. 불법시위라면 법에 따라 처리하면 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막아서는 안 될 일이다. 하물며 원천봉쇄하는 것은 거창하게 자유민주주의를 거론할 것도 없이 문명국가에서라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과연 지금 민주시대를 살고 있는가.2005년 8월16일
노무현 정부는 민주정부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