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장 임명과 관련해 헌법 제111조 제4항은 헌법재판소의 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에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은 24일 청와대와 여당은 재판관이 아닌 전효숙씨를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려고 고집하고 있다. 다소의 편법이 있지만 폭넓게 해석해서 용인하자는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전효숙씨를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하는 편법이 용인된다면, 헌법재판소 역시 편법이 난무하는 불법의 장이 되고 만다. 누구도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게 되고, 헌법재판소는 결국 무용지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일례를 들어보자.
헌법재판소법 제72조(사전심사)는, 헌법재판소장은 헌법재판소에 재판관 3인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를 두어 헌법소원심판의 사전심사를 담당하게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 지정재판부는,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 그 절차를 모두 거치지 않거나 또는 법원의 재판에 대하여 헌법소원의 심판이 청구된 경우, 제69조의 규정에 의한 청구기간이 경과된 후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경우, 제25조의 규정에 의한 대리인의 선임 없이 청구된 경우, 기타 헌법소원심판의 청구가 부적법하고 그 흠결을 보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에는 지정재판부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결정으로 헌법소원의 심판청구를 각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장 자신이 편법으로 임명된다면, 사실상 이런 법령은 무용지물이 된다. 예를 들어 청구기간이 며칠 지났다고 각하하는 등 약간의 흠결이 있다고 지정재판부가 사전심사에서 각하결정을 한다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일 청구인이 과연 누가 있겠는가.
재판관이 아닌 상태에서 헌법재판소장에 임명된 전효숙씨와의 형평성을 거론하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느냐?’고 따지고 든다면 할 말이 없게 된다. 헌법재판소장 자신도 이런 상황에서 소장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모든 법은 그 경직성에도 불구하고 지켜짐으로써 비로소 효용가치를 갖는다.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면, 이미 법은 법으로서의 가치가 없어지게 된다. 정부와 여당이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편법을 용인해가며 전효숙씨를 헌법재판소장에 임명할 경우 헌법재판소는 사실상 존재가치가 사라지고, 준수해야할 헌법재판소 법령도 휴지조각이 되는 것이다. 전효숙씨 임명 강행기도는 결국 헌법재판소 파괴기도와 다르지 않다.
헌법재판소 파괴기도를 경고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