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19일 그동안 행방을 알 수 없어 많은 이들이 걱정했던 지율스님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경기도 인근의 모 사찰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율 스님은 뜻밖에도 단식 중이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번 단식의 이유가 지난번과 똑같이 천성산 터널 공사를 반대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스님은 “내가 죽어야만 천성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참으로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연초에 있었던 스님의 단식으로 얼마나 많은 국민들이 노심초사하며 스님의 단식철회를 기도했었는가? 많은 국민들의 바람과 정성을 뒤로한 채 스님의 목숨을 담보로 또 다시 국책사업의 발목을 붙들겠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나는 국회의원으로서 지난 2월에 있었던 대정부질문에서 법원의 판결에 불복하고 단식중인 지율스님과 공사 중단에 합의한 이해찬 총리에게 질문을 한 바 있다. 당시 총리는 많은 고민 끝에 사회적 파장을 최소화하고자 어쩔 수 없이 좋지 않은 선택을 하게 되었다고 자인하였다. 나는 곧이어 “향후 스님이 승복하지 않고 단식을 하게 되면 정부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우려 섞인 질문을 했고, 이에 대해 이해찬 총리는 지율 스님이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도 조사에 영향을 미칠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합의했으니 별 탈이 없을 것이라 답했다.
이처럼 스님과 정부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입각해 천성산 환경영향공동조사에 합의한 바 있으며, 그 내용에 따라 지난 3개월(8.30~11.29)간의 조사를 마치고 공사가 재개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기도 이전인 지난 9월 중순부터 단식을 시작해 왔다고 하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판결에 불복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여 자신이 합의하여 만든 규칙조차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천성산 터널공사는 스님의 단식농성과 환경영향 공동조사로 인해 두 차례에 걸쳐 6개월 이상 공사가 중단된 바 있으며, 이로 인한 직접적인 손실만도 500억원대에 육박한다. 무엇보다 천성산 터널공사가 당초 개통목표인 2010년에서 1년이 지연될 경우 하루에 70억원씩 총 2조5천억원의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하니 가슴이 답답할 노릇이다. 이처럼 막대한 손실을 어떻게 감당하시려는지 스님께 묻고 싶다.
무엇보다 스님은 천성산 터널공사에 대한 업무방해죄로 기소당하여 열린 법원의 재판에 아무런 이유 없이 여섯 차례나 출석하지 않아 구금영장이 발부된 상황이다. 뚜렷한 이유 없이 출석을 하지 아니한 이유는 무엇인가? 열렬한 환경운동가이자 종교인이기 이전에 스님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 사회와의 약속은 지켜야 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종교적 신념과 의지가 강하다 할지라도 지율 스님 역시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한 자연인이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라도 천성산을 살리겠다는 그 주장이 이제는 오도된 신념에 의하여 자신은 물론 많은 사람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것으로 밖에는 비춰지지 않는다.
큰 문제는 사회와의 약속은 저버린 채 일방적인 단식으로 자기주장만 관철시키려는 스님의 행보로 잠잠했던 천성산 사건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라 국론이 분열되고 있다는 것이다.
스님이 또 다시 단식을 하게 된 배경을 두고 說往說來가 한창인데, 일부 언론에서는 지율 스님이 천성산 터널공사의 “공단 관계자 중심의 안티 때문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놓았으며, 이와 관련된 불필요한 의혹의 눈길을 피해 비밀리 단식에 들어갔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기도 한다. 이처럼 스님의 단식 배경을 두고서도 의견이 분분하니 앞으로의 전개될 상황이 걱정될 뿐이다.
더 이상 국론분열이 심화되지 않도록 스님은 서둘러 자신의 단식을 철회하고 정부와의 약속을 지켜야할 것이다. 연초에 있었던 스님의 단식으로 천성산을 둘러싼 국론분열, 사업 중단이 얼마나 큰 손실로 우리에게 남겨졌는지 돌이켜 볼 일이다.
앞으로 유사한 선례가 생기는 경우에도 정부 여당은 원칙을 세워 한 개인의 오도된 신념에 의하여 대형국책사업이 공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것이다.
오도된 신념의 결과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