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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경제연구원 여성 일자리 낮다
기사등록 일시 : 2006-05-19 15:41:39   프린터




최근 우리 사회에 여풍(女風)이 거세다. 최초의 여성 총리가 임명되었는가 하면, 앞으로 우리사회를 이끌어나갈 지도자로 여성 정치인들이 유력하게 거론되곤한다. 인재의 등용문 으로 불리는 행정고시나 사법시험에서 여성합격자 비율도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기업의 인력 채용 과정에서도 여성 강세 현상은 그대로 드러난다. 2005년 기준 10대 그룹의 60여 사의 채용현황을 보면, 이들 회사에서 작년 한 해 동안 남성 직원이 4%정도 증가하는 데 그친 반면, 여성 직원은 31% 증가해 증가율이 여덟배나 높았던 것으로 보도됐다.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난 몇십 년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1990년대 이후 최근까지 남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답보 및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여성 경제활동의 증가는 고령화로 인한 생산가능인구 증가세의 둔화와 인적자원 부족을 메워 줄 수 있는 성장 잠재력으로서의 의의가 크다.

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도 낮아

자본 스톡의 축적에 크게 의존해 오던 고도 성장 시대의 성장 메커니즘이 1990년대 중반 무렵부터 한계를 드러내면서 근래 들어서는 생산 요소로서 인적자원과 그것에 체화된 지식 및 기술의 중요성이 부쩍 강조되고 있다. 지식화 및 소프트화, 서비스화를 통한 경제의 고부가가치화가 새로운 발전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대에 경쟁력의 원천으로서 인적자원에대한 육성과 활용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지금까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여성 인력의 활용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는 이유도 이러한 맥락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러한 여풍 현상에 그늘이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가 꾸준히 늘어나기는 했지만, 우리 경제의 발전 정도라든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교육열 및 그 성과에 비해서는 아직 충분한 수준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우선, 여성 경제활동 참가의 전반적인 수준이 여전히 낮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지난 2004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53.9%로 OECD 국가들의 평균치인 60.1%보다 6.2%p나 낮았다. 이는 OECD 국가 가운데 이탈리아 (50.6%), 멕시코(42.8%), 터키(27.0%) 3개국을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성의 능력에 비해 사회적 활동이나 지위는 낮아여성 인력에 대한 개발과 활용 간의 괴리도 상당히 큰것으로 나타났다. UN개발계획(UNDP; UnitedNations Development Program)에서 발표하는 남녀평등지수(GDI; Gender-related Development Index)는 남녀간의 능력개발 격차를 나타내기 위해 개발된 지표로 평균수명, 지식, 소득 등에 있어서의 남녀간의 평등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산출한 것이다. 2005년을기준으로 우리나라의GDI는 0.896으로 조사대상 177개국 가운데 27위로 나타났다. 반면에 능력개발 정도에 비해 실제로 남녀의 권한이 얼마나 평등하게 배분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남여권한척도(GEM : Gender Empowerment Measure) 지표는 0.479를 기록, 전체 177개국 가운데 57위로 나타났다.

이것은 대다수 여성들이 빈곤의 함정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당수 저개발국이나 역사적, 종교적 이유로 남녀차별의 유습이 강하게 남아있는 나라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국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즉, 남녀간의인적 특성이나 능력개발 정도가 어느 정도 균등하게 이루어진 데 반해, 여성이 실제로 누리는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나 활동의 수준은 대단히 낮음을 의미한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현저하게 낮은 M자형경력곡선 나타나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우리나라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점 외에, 30-34세 및 35-39세 연령 여성들의 경제활동참가율이 특히 낮다는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연령별로 우리나라 여성의 경력곡선이 뚜렷한‘M’자형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업무 숙련도가 높아지면서 가장 활발하게 일할 나이에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중단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30대 여성의 출산과 육아 부담은 여성 인력의 취업을 어렵게 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다. 여자 직원의 출산으로 인한 비용과 직원에 대한 경력관리나 업무의 장기적인 지속성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기업이 여성인력의 채용을 주저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력 단절이 일자리의 질 악화시켜

이렇게 직업 경력이 단절되면서 여성의 일자리도 아울러 궁핍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일단 경력 단절이 발생하게 되면, 어느 한 직장, 또는 직종에 오랜 기간 근속, 종사함으로써 역량을 축적하고 내부 승진의 대상이 되는 기회로부터 소외되기 때문이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평균 근속 연수도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하지만, 여성 근로자의 경우는 30세가 지나면서 정체 및 답보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는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단 퇴직을 했다가, 나중에다시 취업전선으로 돌아오는 여성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는 주당 근로시간 17시간 이하의 단시간 근로자 중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그 수가 더 많다는 점 역시 여성의 근속연수를 짧게만드는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된다. 여성 근로자들이 직면하게 되는, 전문적인 직무 능력 습득이나 경력 관리, 내부 승진의 기회로부터의 소외구조는 성별 임금 구조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남성 근로자의 연령대별 월평균 급여총액이45-49세에서 정점을 기록하면서 자연스럽게 하락하는 반면에, 여성 근로자의 급여는 30대 전반의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일단 일자리로부터 한 번 은퇴하게 되면 그 다음에 재취업을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단순직무나 영업, 아르바이트성 업무, 일용직 등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쪽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커지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 요인으로 작용출산 및 육아 부담으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과 육아 이후 재취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자리의 궁핍화는 우리나라 여성인력 활용의 가장 커다란 장애요인으로 꼽을수 있으며, 특히 최근으로 올수록 더욱 뚜렷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5년 노동부가 실시한 영아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2003년도 및 2004년도출산휴가급여 수급자 가운데 12.9%가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들 퇴직자의 68%가퇴직 사유로 회사를 다니면서 아이를 키우는 데서 오는 어려움을 꼽았다. 한편, 출산한 직장 여성의 70.9%가 친인척을 포함한 자신들의 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있으며, 보육시설에 대한 신뢰도는 아직 그다지 높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한편, 출산 및 육아 부담의 증가에 못지 않게 직업을 통한 우리나라 여성들의 자아실현 욕구도 최근 들어 부쩍 신장되는 추세다. 따라서 앞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출산 및 육아가 자신의 직무능력 개발이나 경력 관리에장애가 되는 상황에서는 혼인 및 출산, 육아보다는 직장에서의 경력 개발을 더 중시하게 될 것이다.

최근 부쩍두드러지고 있는 결혼을 미루게 되는 만혼 추세나 또 결혼하더라도 출산을 기피 또는 지연하려는 경향은 출산과육아를 담당하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직장에서 만족을 얻으려는 풍조가 반영된 결과로 판단된다.

여성의 지위 상승에 대한 욕구에 더해 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프라 부족에 따른 높은 양육비 부담도 출산을 기피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보인다.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프라 확충 시급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계속 높아지는 상황에서 해마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에 대한 대응의 방향성 역시‘여성의 일과 가정’이라는 관점에서 재음미되어야 한다.

우선, 노동시장의 왜곡을 시정하는 것이 시급하다.열악한 실태로 드러난 30대 이상 여성들의 일자리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여성 스스로는 자신의 능력을 확인하고 입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성으로 하여금‘일’과‘가정’사이의 적절한 배분을 가능하게끔 제도적인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시간제 근무나 탄력적 근무시간제는 물론이며, 파트타임 근로의 임금 현실화도 고려해 볼 만하다.

육아 관련 인프라의 향상도 일과 가정을 오가는 여성의 행동반경을 확장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영세하고 소비자 효용은 낮으며 고비용구조인 육아 인프라가 본격적인 산업적 기반 위에 놓이게 되면 지금보다 저렴한 가격에 보다 양질의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고 결과적으로 가처분 소득을 늘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여성으로 하여금 일보다는 가정에 좀 더 헌신할 것을 호소하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다.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낮춤으로써 출산율을 제고하겠다는 순진한 발상은 세계적인 추세에도 역행하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통해 소득 수준을 높여 나가기 위해서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지금보다 더욱 높은수준으로 제고되어야 한다.

또, 몇몇 주요국들의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합계출산율의 관계는 그 둘이 상충관계(Trade-off)에 있는 것은아님을 잘 보여 준다. 육체 노동이나 거대 설비와 같은, 남성에게 좀 더 친밀해 보이는 생산요소들이 경제 성장의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시대는 이제 저물고, 창의력과 감수성, 지식의 시대가 오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여성 인력의 활용은 우리 경제에 있어 선택의 문제가 아닌 생존의 문제다. 급여나 업무 배치, 승진 기회 등에서 과거의 차별적인 구조나 관행을 그대로 가지고 있는 기업은 우수여성 인력의 유출이라는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LG경제연구원 배민근 연구원
최중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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