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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그룹 지배구조 문제 이제 시작이다
기사등록 일시 : 2005-06-22 14:42:22   프린터



광고회사 설립 관련 현대차 그룹의 답변에 대한 참여연대 의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22일 현대차 그룹의 경영진과 특수관계인이 출자하여 광고회사를 설립한 것과 관련하여 두 차례에 걸쳐(4월 15일과 5월 27일) 회사기회의 편취 및 회사자산의 유용’ 문제에 대한 이사회의 판단 여부를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13일 현대차/기아자동차는 전략기획실 명의로 지난 5월 11일과 5월 15일 현대자동차의 4명의 이사(3명의 사외이사 포함)와 기아자동차의 7명의 이사(4명의 사외이사 포함, 3인의 사내이사에는 정의선씨가 포함되어 있다)에게 광고회사 설립 문제와 참여연대의 질의를 보고했다는 답변을 보내왔다.

참여연대는 현대차/기아차 이사회가 광고회사 설립에 대한 외부의 문제제기에 대해 공식적인 반응을 보인 점은 평가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이래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진행된 이 사안에 대해 현대차/기아차 이사회가 취한 태도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차 기아차 이사회는 그룹의 경영진이자 특수관계인인 정몽구, 정의선, 정성이씨 등이 출자하여 회사와 직접 관련있는 광고회사를 설립하는 문제, 즉 심각한 이해충돌 발생이 우려되는 문제에 대해 사전적으로 심의하지 않았다. 또한 이사회는 참여연대의 공개질의 이후에도 이 문제를 정식 이사회 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실무진의 보고를 받는 선으로 마무리했다.

실무진이 현대차 기아차 이사회에 보고한 시점은 광고회사 설립일인 5월 17일을 불과 며칠 앞둔 5월 11일(현대차)과 15일(기아차)이었다. 참여연대가 광고회사 설립건을 이사회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논의하였다고 볼 수 없는 기본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즉 이사회는 이미 정의선씨 등이 출자하기로 확정된 상태에서 현대차 기아차가 직접 출자하지 않은 이유는 사업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회사 실무진의 판단을 사후적으로 보고받고 추인한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사후 보고를 통해서는 이사회가 이 사안에 내재된 회사기회의 편취’ 및 ‘회사자산의 유용 문제를 충분히 논의했다고 볼 수 없으며, 따라서 보고를 받은 것만으로 이사회는 충실의무를 다했다고 볼 수 없다.

또한 현대차 그룹은 향후 신설 광고회사와의 거래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이사회가 설정하지도 않았으며 이에 대한 참여연대의 질의에 대해서도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해 광고대행사를 선정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을 보내왔다.

현대차 기아차의 경영진 등 특수관계인이 출자한 광고회사에 타 광고회사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광고를 맡긴다면, 이는 회사와 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주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자기거래(self-dealing)에 대하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는 것은 현대차 기아차의 이사들, 특히 사외이사들이 자신의 회사법(상법)적 의무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지 못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는다.

지난 4월 15일 1차 공개질의서를 발송한 이래 참여연대와 현대차 그룹 사이에는 의견교환이 있었다. 그런데 5월 27일 이전까지는 현대차 그룹 내부에서는 5월 11일과 15일에 각각 현대차/기아차 이사회에 관련 사안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이것 또한 참여연대가 상당히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이다. 이사회 활동의 핵심은 조직 내의 원활한 정보 흐름을 통해 회사의 사업적․법률적 위험요소가 이사회에 신속하게 전달되고 이에 대한 이사회의 판단이 실무진의 활동에 가이드라인으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비추어 볼 때, 총수 일가의 이해충돌 문제와 관련된 심각한 사안에서 이사회와 실무진 사이에 원활한 정보 흐름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즉 이번 광고회사 문제는 회사의 사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법률적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고 경고해야할 장치들이 총수 문제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회사 내부 의사결정과정의 경직성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이다.

광고회사 설립 문제만이 아니라, 글로비스 엠코 본텍 등 정의선씨가 출자한 비상장 계열사의 설립 및 이들 계열사의 그룹 내 거래관계, 그리고 부품회사의 인수 및 레저회사의 설립 등 최근 현대차 그룹이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는 사업영역 다각화의 과정에서 이사회가 그들의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였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또한 회사법(상법)과 경쟁법(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을 지키는 것만으로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한 이사들의 책임이 완수되지도 않는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아직도 ‘2000년 왕자의 난’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 이후 현대차 그룹이 국민들에게 약속했던 지배구조 개선의 책무를 결코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향후 참여연대는 광고회사 문제뿐만이 아니라, 현대차 그룹의 지배구조 개선 노력 전반에 대해 면밀히 감시할 것임을 분명히 한다.
박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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