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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하려는 사람 일할 수 있게
기사등록 일시 : 2005-01-17 14:00:21   프린터



2005년에 바라는희망의 노래

부천 실직가장 홍원철은 17일  고등학교 2학년, 초등학교 5학년생인 아이들 2명과 아내와 함께 사는 4인 가족의 가장입니다. 현재 생활이 어려워 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신청을 해서 수급자가 되었는데, 아내가 자활후견기관에서 복지간병일을 하며 6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고 있습니다. 그밖에, 수급자라 하여 큰 아이의 학비와 급식비도 정부에서 지원받고 있습니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20대부터 인쇄 관련 일을 시작하여 IMF사태 이전까지는, 작고 오래된 집이지만 내 집도 장만하고 가족들과 행복하게 생활하였습니다. 그러나 98년 이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실직과 취업을 반복하는 어려운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계수단인 소형트럭마저 압류돼

마지막 직장은 2003년 생활용 고무를 만드는 제조업이었습니다. 조그만 회사라 직원이 적어서 제조에서 현장납품까지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했지만 경기불황의 여파로 결국 입사한 지 1년 만에 또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 동안 실직과 취업을 반복하면서, 안정적인 직장으로 취업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나이 들기 전에 60대가 넘어도 할만한 일을 찾다가 드디어 1톤 소형트럭을 구입해 채소장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현찰이 없어 36개월 할부로 차를 장만하여 고구마, 감자, 양파 등을 팔았는데 수입이 너무나 적었습니다. 매달 차 할부금을 내고 나면 남는 돈이 얼마 되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집안에 생활비를 주기는커녕 차 유지를 위해 빚을 내는 경우가 허다하였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말, 차 할부금이 밀리면서 생계수단인 차를 압류 당했습니다.

막막해진 저는 현재 지역의 민간단체를 방문하여 상담을 하는 중입니다. IMF사태 이후 인연을 맺어 당시 생계비를 지원받고 각종 도움을 받은 단체였습니다. 실직을 당하고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털어놓고 저에게 맞는 자활사업 추천도 받았습니다.

나이 오십이 되어 실직을 하고 보니 어려움이 참으로 많습니다. 우선 제 나이에 찾아갈 취업 알선기관이 마땅하지가 못합니다. 노동부 고용안정센터는 젊은 실직자가 중심인 듯하고 노인복지회관을 찾아가니 55세 이상 그리고 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일거리는 아닌 듯 합니다.

또 제가 할 수 있는 일 중심으로 워크넷을 검색하면 나이가 45세 정도로 한정돼 제약이 됩니다. 방학중이라 아이들 보기가 민망해 집을 나서지만  추운 겨울에 마땅히 갈 곳도 없고 움직이면 교통비나 식비가 드는 데 그것조차도 솔직히 부담스럽습니다.

저는 무슨 일이라도 하고 싶고 각오도 되어 있습니다. 압류는 되었어도 남아 있는 차 할부금이 있고, 학원 하나 보내주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내의 적은 수입에 용돈마저 타야 할 상황이니 너무 미안하기 때문입니다. 일을 하면서 미래(특히 큰 아이의 대학진학)도 준비하며 가족들과 작지만 소중한 희망들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중장년 실직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저는 2005년 우리사회에 대한 바람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아직 아이들이 어려서 생활비가 많이 필요하나 취업을 하여도 80만원을 받는 수준입니다. 생산직에서는 40대 가장이 12시간 맞교대를 해야 120만원 안팎을 받습니다. 그나마 50대가 되고 저처럼 체력이 약하면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습니다.

중장년 실업자가 찾아갈 공간이 필요합니다. 가정을 가진 실직자의 경우는 나 하나의 문제뿐만이 아닌 가족의 위기와도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겠지만 그것 이외에도 지역사회의 유익한 정보(예를 들면 민간 공부방, 신학기 교복 물려입기, 지역복지관에 대한 정보 등)의 제공도 함께 이루어지고 심정적으로 지지대가 되어주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돈이 없어서 아이들이 배움에 차별을 받지 않는 사회였으면 합니다. 최저생계비 정도만 겨우 받는 우리 가정의 경우는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지 못합니다. 초등학생의 경우 학교에서 실시되는 특기적성만 겨우 보낼 뿐이고 뒤떨어지는 학과나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추가 지원이 전혀 불가능합니다.

다음으로 기초생활보장법의 수급권자들의 경우 최저생계비가 너무 낮습니다. 수급권자인 경우 4인 가족 생계비(110만원 정도) 지원으로 책정된 돈을 모두 받아도 겨우 식생활만 유지하고 살 정도이고, 자립을 위한 준비는 전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도 장애 1, 2급이 아니면 반드시 잡는 추정소득이 있습니다. 추정소득을 잡는 부분이 너무 과도합니다. 아무리 수입이 없어도 근로능력만 있으면 반드시 잡는 추정소득은 마치 생계비를 깎아내는 기계 같습니다.
진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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