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패배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자신에게 쏟아질 선거패배책임론을 희석시키고 선거 이후 자신의 정치적 활로 모색을 위해 나온 고육지책이자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가 주장하는 민주평화개혁세력 대연합론 은 번지수를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은 것이다.
우선 정의장은 민주평화개혁세력 대연합’을 운운할 만한 자격과 또 실제 이를 추진할 만한 동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열린우리당도 마찬가지이다.
그들 스스로 얘기하듯이 16개 광역단체장 중 1~2개, 전국 기초단체장 중 20여 곳의 참담한 성적표를 들고서는 아무도 열린우리당이 정계개편을 주도할 수 있으리라고 보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정동영 의장이나 열린우리당은 5·31 지방선거 결과에 책임을 지고 정계개편의 쓰나미에 휩쓸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상황을 걱정해야 할 처지인 것이다.
정의장의 답답한 마음이야 이해 못할 바도 아니지만 열린우리당 내부에서도 비판받고 있듯이 선거과정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정계개편을 주장하는 것은 국민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오죽하면 노무현 대통령의 복심이라 할 이강철 대통령 정무특보나 김두관 최고위원이 정동영의장의 ‘민주평화개혁세력 대연합론’을 강하게 비판하고 탈당까지 요구하고 있겠는가?
김근태 최고위원 역시 “지금은 국민의 평가와 결단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동영의장은 지금 열린우리당이 맞고 있는 현 위기상황의 원인을 민주당과의 분당 즉, 지역주의에서 찾는 것 같은데 그보다는 왜 지금과 같은 민심이반현상이 나타났는지부터 겸허히 반성하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가부터 고민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정확한 진단 후에 처방이 나와야 할텐데 진단은 없고 처방만 있는 꼴이다.
지금의 열린우리당 위기는 그들 스스로 자초한 것이다.
3년 전 민주당의 분당, 열린우리당의 창당 당시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당시 노무현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분당파는 집권 이후부터 민주당 잔류파를 반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고 쫓아내려 했다.
여의치 않자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당을 불과 1년도 안돼 탈당하기까지에 이르렀다.
이를 신호탄으로 당시 그들은 민주당 잔류파를 반민주개혁세력으로 몰아붙이며 개혁완수를 위해서는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해왔다.
결국 그들은 민주당을 처절하게 짓밟아 교섭단체 구성도 못할 처지에 빠뜨리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지금에 와서 그 민주당을 두고 연합론을 외치는 것은 정치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어떻게 다른지 국민 앞에 설명해야 한다.
집권 이후 지금까지 그들은 끊임없이 무엇이든 나누고 가르려 해왔다.
가진 자와 못가진 자를 나누고, 강남과 비강남을 나누고, 배운자와 못배운 자를 나누고, 정의장의 그 유명한 ‘노인폄하’ 발언에서 보듯이 세대를 나누고, 그도 모자라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들고 나와 지역마저 나누려 하여왔다.
선거참패가 기정사실화되어 가는 이 순간에서조차 반성하기보다는 오만과 독선의 정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민주평화개혁세력 연합을 운운하며 또다시 편가르기에 나서고 있다.
자신과 함께 하는 이들은 민주개혁세력이고 자신들과 함께 하지 않는, 자신들을 반대하고 비판하는 이들은 반민주·반개혁·반평화세력으로 몰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집권에 반대하는 이들은 민주개혁세력이고 그렇지 않은 이들은 반민주 반개혁세력이란 말인가?
국민으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게 된 원인이 그들의 독선과 편가르기 때문이었음을 열린우리당과 정의장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집권여당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 대한민국의 불행이요, 국민 모두의 불행이라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런 식으로 또다시 국민들을 둘로 나누려 해서는 결코 열린우리당의 미래는 없을 것이다.
정치의 기능 가운데 가장 우선하여야 할 것이 통합이다.
더욱이 집권여당의 통합의 책임은 그 누구보다 크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가르기에만 골몰하여 ‘민주평화개혁세력 대연합론’을 주장하는 것은 그들의 운명을 스스로 더욱 재촉하는 길일 뿐이다.
정당이 무엇인가?
굳이 정치학 교과서를 꺼내지 않아도 정당이라 함은 사람이나 지역을 중심으로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견해를 같이하며 정책을 중심으로 정권 획득을 꾀하는 정치적 결사체임은 초등학생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정동영의장이 제기하는 정계개편은 정치적 견해도 없고, 정책도 없는 단순히 사람과 지역을 매개로 한 것일 뿐이다.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민주 운운하고 있는지 측은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렇다면 선거 이후 열린우리당은 어디로 갈 것인가?
과연 정계개편은 이루어질 것인가?
향후 정국에 한바탕 소용돌이가 몰아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열린우리당내에서는 선거패배 책임을 둘러싸고 정동영 의장을 중심으로 한 반노?비노’그룹의 노무현 책임론’세력과 참정연과 의정연을 중심으로 한 친노세력의 ‘정동영 책임론’의 대격돌이 예상된다.
이 와중에 눈여겨 보아야할 것은 고건 전 총리와 김근태 최고위원이다.
김근태 최고위원은 이미 지난 전당대회 때부터 ‘민주개혁세력 연합론’을 제기한 바 있다.
그 중심은 물론 고건 전 총리이다.
고건 전 총리를 중심으로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을 주장한 것이다.
여기에 호남출신 의원들이 가세할 경우 정계개편은 더욱 가시화될 것이다.
그러나 창당 초심을 주장하는 친노세력의 반발이 만만찮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열린우리당의 운명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질 것이다.
물론 정의장은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을 바라겠지만 한마디로 ‘기대난망’이다.
우선은 고건 전 총리가 노대통령의 색깔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에 함께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은 노대통령의 그간 살아온 정치행보를 살펴보면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노대통령은 지금까지 철저하게 소수였고 약자의 이미지로 성공한 인물이다.
따라서 노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이념을 계승할 수 있는 세력, 비록 소수로 전락하더라도 자신의 색깔을 지켜줄 세력을 필요로 할 것이다.
아니 일부러 소수를 자초하려 할지도 모른다.
속은 곪아 들어가는데 단지 수에 연연해서 억지로 봉합하거나 그냥 묻고 가려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반노세력’과 친노세력’의 갈등은 더욱 심화되어 갈 것이고 급기야 노대통령은 당을 초월한다는 명분으로 탈당카드를 내밀 것이다.
이후 남북정상회담 실현 등에 매진하며 범정파적 정치행보에 주력할 것이다.
하지만, 노대통령은 내년에도 상황변화가 없고 정권재창출이 어렵다는 판단이 서게 되면 비록 소수일지라도 자신이 살 수 있는 여건마련을 위해 내각제 혹은 이원집정부제 등의 개헌을 제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제의 폐해를 들어가며 자신의 조기사퇴를 전제로 한 권력구조 개헌 제기는 자칫 노대통령의 자기희생이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국민들의 판단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지금 국민의 뜻과는 사뭇 다르지만 국회의원 중에는 숨어있는 내각제 지지자들이 상당 수 있다.
노대통령의 꼼수가 자칫 성공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처럼 요동칠 향후 정국상황에서 과연 한나라당은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이재오 원내대표가 정계개편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나 홀로 독야청청이 과연 가능할까?
그렇지 못하다면 한나라당도 향후 닥쳐올 정계개편의 대쓰나미와 개헌정국에 철저하게 대비하여야 한다.
기왕에 시도될 정계개편이고 개헌이라면 한나라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해 나아가야 한다.
애국양심세력의 결집을 호소하여야 한다.
산업화를 이루고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역들이 다시 뭉쳐 반드시 정권을 찾아와야 한다.
산업화, 애국양심세력의 결집을 통한 정권교체를 이룰 수만 있다면 기득권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이라는 간판을 내리는 것도 감수해야 한다.
저들이 한나라당 집권을 반대하는 이들의 결집을 호소하듯이 우리는 얼치기 진보세력의 집권을 10년에서 끝내고 더 이상 이 나라를 결딴내지 못하도록 그들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
잠깐의 승리에 도취하여 ‘도로 한나라당’이 되어서는 2002년의 악몽을 다시 겪게 될 것이다.
다가오는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후보 경쟁을 공정하게 관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개헌음모를 저지할 수 있는 지도부를 선출하고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언제 또다시 국민들로부터 버림받을지 알 수 없다.
참으로 통탄하고 가슴 아픈 일이지만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이 자칫 박대표에 대한 신격화, 우상화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조기대세론이 다시 자리 잡을 경우 얻는 것은 없으면서 견제만 받는 상황이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박대표 개인적으로도 전혀 바람직스럽지 않은 일이며 얼치기 진보 좌파세력의 재집권을 막아야할 책임이 있는 우리 모두에게도 결코 이롭지 못한 일이다.
적당한 긴장관계 속에 지금 거론되고 있는 대권주자군들이 저마다의 강점을 국민들에게 내보여 끝까지 페어플레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결정된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를 이루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적 사명이다.
어찌되었거나 곧 이어질 집권여당발 정계개편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혼란과 짜증만 가져올 것 같다.
올 여름은 무더위나 장마가 일찍부터 올 것이라는데 정계개편이 정계개판으로 이어지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정계 개편’? ‘정계 개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