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성 씨도 서울대학의 총장이었다. 나라의 부름을 받아 큰일을 맡을 것이라고 전재하고 훈장 노릇을 그만 두고 정계에 투신했다.
그에게는 “마당발”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사람도 좋고 교재의 범위도 넓은 사람이었다. 나도 그가 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 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그는 뜻을 이루지 못하고 서울대학총장으로 있다가 그냥 물러난 사람 보다 못한 인물로 평가 받고 있는 것은 매우 애석한 일이다.
정운찬 총장을 내가 잘 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몇 차례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매우 유능하고 양심적인 인물이라고 나도 믿고 있었고 이수성 씨가 당한 일들이 기억 속에 새롭기 때문에 정운찬 씨는 정치판에 제발 나오지 않았으면 했었다.
나 자신도 교단을 물러나서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사실이 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대기업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손잡고 한국의 정치를 바로잡자고 하였다. “김 교수, 정치가 썩는 것이 돈 때문인데 내가 돈은 벌어서 가지고 있으니 정치 바로잡는 일에 그 돈을 씁시다. 그리고 대통령 후보는 인기가 많은 김 교수가 나가야 합니다.” 그의 그런 말을 믿지 않아야 할 까닭은 없었다.
때가 되었을 때 당을 만드는데 돈도 많이 쓰고 수고도 많이 한 장본인이 “김 교수, 이번 대통령 후보는 내가 나가야겠어요. 나는 나이가 많아서 이번 밖에 기회가 없어요”라고 하는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었겠는가. 국회의원으로는 이미 당선된 때이어서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처지에 중상과 모략의 소용돌이 속에서 악전고투하다가 손들고 나왔다.
정운찬 씨는 참 현명한 사람이다. “정치세력화 능력부족,” 그 한마디를 많은 사람들이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정운찬의 용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