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이르러 미국은 지난번 논의되었던 전시작전통제권을 예정보다 더 빨리 한국정부에 이양할 용의가 있다고 발표한 사실에 대하여 한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몇 년 내에 작전통제권을 돌려달라고 한 사실에 대해 반감으로 나오는 게 아니냐”는 일방적인 억측을 내세우고 있다.
미국이 한국정부 측에서 원하는 일이라면 빨리빨리 넘겨주고 싶다는데 그런 상대방의 제안을 물고 늘어질 까닭이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미국의 당국자들 뿐 만 아니라 미국의 일반국민들도 한국의 현 정부가 미국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다. 우리도 알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라고 모를 리가 있나. 궁극적으로는 오늘의 한국정부가 한미군사동맹조차도 짐스럽게 생각하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미국도 강대국일 뿐만 아니라 자존심이 강한 나라인데 물러나 달라는 것을 굳이 버티고 있을 리는 없기 때문에 피차의 관계를 되도록 빨리 끝내 버리자는 그 쪽의 입장도 일리는 있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과의 군사적 관계 내지는 외교적 관계를 끊어버리면 미국도 아쉬워할 상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 왜 그런가하면 해방이후 줄곧 60여 년 간 이 땅에 쌓아올린 미국인들의 공든 탑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6.25사변 때는 미국의 젊은이들이 여러 만 명 이 땅에서 피를 흘리며 대한민국이 적화통일의 마수에 걸려들지 않고 그나마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다는 사실에 미국인들은 상당한 긍지를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 땅에 뿌리 내린 미국의 기업도 대단한 것이지만 한국과의 경제협력으로 이 나라의 경제발전을 이만한 수준에 올려놓은 사실에 대해서도 미국인은 틀림없이 자부심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미국이 한국을 향해 “될 대로 되라”고 하기에는 이미 맺어진 끈끈한 정이 있어 오늘의 정권은 꼴 보기 싫어도 선량한 한국국민을 저버릴 수는 없는 것이다. 미국 측에는 그런 딜레마가 있을 뿐 다른 미련은 없을 것으로 짐작한다.
갈 테면 가라 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