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창작으로 완성된‘살아있는 증언 돌봄의 순환, 침묵의 역사를 무대 위로 소환한다 극단과 극장의 창작극 유통의 새로운 모델 
한국디지털뉴스 이정근 기자ㅣ제1회 서울예술상 연극부문 우수상 수상, 제2회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공식 쇼케이스 초청, 제59회 백상예술대상 연극부문 후보작까지 올랐던 화제작 연극 ‘정희정’은 오는 7월 18일부터 27일까지 부산 광안리 어댑터씨어터 2관 무대에 오른다.(사진=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제공)
연극 ‘정희정’의 제목 정희정은 한 개인의 이름이자, 동시에 사회적 구조 속에서 침묵해온 수많은 여성들의 총체다. 작품은 출산, 육아, 병간호, 노년기 요양에 이르기까지 '돌봄 받는 몸 - 돌봄 하는 몸 - 다시 돌봄 받는 몸'으로 이어지는 순환 구조를 통해 여성이 감당해온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
윤혜숙 연출은 "돌봄이 돌고 돌며, '돌봄 받는 몸'과 '돌봄 하는 몸'이 내 몸 안에 다 있다는 이야기를 가장 하고 싶었다"라며, "내 몸의 역사, 내 인생이라는 시간 속에서 돌봄을 주고받는다는 이미지를 계속 생각했다"라고 작품에 대해 설명했다.
작품은 여성의 돌봄이 단지 가족의 책임이나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제도와 문화적 규범이 밀어 넣은 자리임을 드러낸다. 그 안에는 계급, 생명윤리, 복지정책, 여성노동, 젠더불평등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극은 이 복잡한 문제를 직접적인 주장보다는 섬세한 시선, 시적 장면, 신체와 오브제의 이미지 언어를 통해 관객에게 질문을 던진다.
정희정’은 연출 윤혜숙을 중심으로 배우 이유주와 허진이 직접 구성에 참여하며 공동창작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작품에는 실제 가족의 간병, 요양 경험 등을 바탕으로 한 인터뷰 리서치가 바탕이 되어 있다. 강문영, 성애연, 윤주영, 이수가, 임가연 등 다섯 명의 인터뷰이가 들려준 구체적인 돌봄 경험이 작품의 뼈대를 이뤘다.
특히 무대에서 두 배우는 고정된 배역 없이 각 세대의 모-녀 역할을 서로 바꾸어가며 연기함으로써 돌봄의 순환을 표현한다. 30대 배우들이 노인 인형을 직접 자기 몸으로 입음으로써 노인을 표현하는 방식은 '부양'을 감각적으로 제시하며, 한 사람의 몸에 돌봄의 면면이 중첩될 수 있음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윤혜숙 연출은 "관객들의 마음이 여러 번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요양원 장면에서 어머니를 요양원에 모시고 가는 딸의 입장이다가 또 할머니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고, 그다음에는 그 할머니를 돌보는 요양보호사 입장이 되어보기도 하는 것"이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이번 공연은 부산의 창작 중심 소극장 어댑터씨어터와 페미니즘 관점의 기획을 꾸준히 실현해 온 페미씨어터가 공동으로 기획한 프로젝트다. 지역 소극장의 창작극 유통의 확장, 페미니즘 연극의 정착, 지역 관객과의 의미 있는 만남을 도모하고자 기획되었다.
연극 ‘정희정’은 7월 18일부터 27일까지 부산 수영구 광안해변로 102 어댑터씨어터 2관에서 만날 수 있으며, 만 12세 이상 관람가능하다. 약 80분간 진행되는 공연은 베리어프리 공연으로 한글자막해설이 진행되어 더 많은 관객들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공연 예매는 네이버 예약과 어댑터씨어터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
특히 7월 20일 공연이 끝나고는 윤헤숙 연출과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어 있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윤혜숙 연출은 "연극을 보는 경험이 관객들에게 '작은 흔들림'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정희정’을 관람한 관객들은 "극장에 삶이 있구나. 그래. 우리 이렇게 살고 있구나"라는 반응을 보이며, 자신의 돌봄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작품은 특정 인물의 사례에 집중하기보다 '정희'와 '희정'으로 대표되는 다양한 사람의 돌봄 문제를 다루며, 관객들이 자신의 삶과 만나는 지점을 어디서건 발견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어댑터씨어터, 페미씨어터가 공동으로 기획과 홍보에 참여하며, 두 기관은 향후에도 창작자 중심의 작품을 공동 발굴하고 의미 있는 여성 서사를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소개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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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정희정’광안리 어댑터씨어터서 부산관객 만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