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겐 뵐러 (한독경제협회(DKW)장 겸 바덴-뷔르템베르크 주립은행 부대표) 는 21일 한국 1997, 1998년 아시아 금융·경제위기를 겪었지만 위기를 겪었던 다른 모든 나라들과 비교해 가장 신속하게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적으로 체질을 강화해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위기관리를 통해 대외교역이 자유화 되고, 금융시장이 정비됐으며, 기술개발이 촉진되고, 외국 투자자들을 위한 여건이 개선됐다.
이어 등장한 노무현 대통령 정부는 경제·금융·세제상의 개혁을 실시하고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자유주의적이고 공정한 경제체제를 창출한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미 개혁작업을 통해 많은 진전이 이뤄졌으며, 그 결과 한국은 더욱 매력적인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바뀌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한국을 동북아 교역 중심지로 만들고 이 과정에서 특히 유럽기업을 비롯한 외국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추세를 보여주는 지표중 하나가 독일기업의 투자이다. 한국에 대한 독일기업의 투자는 1964년부터 1997년까지 모두 합해 10억달러에 미치지 못했던 반면, 1998년과 1999년에는 매년 10억달러에 달하는 투자가 이뤄졌다. 2004년 12월 기준으로 한국에 대한 독일기업의 총 투자액은 60억 달러를 넘어섰는데,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알리안츠, BASF, 보쉬, 데구사, 메르크, 지멘스 그리고 티센크룹 등을 들 수 있다.
한편 한국은 독일에 11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실시했는데 특히 동독지역 생산공장들에 대한 투자와 프랑크푸르트 지역에 진출한 삼성 유럽본부 그리고 현대자동차의 디자인연구센터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양국간 교역규모가 2004년에는 170억 달러로 급증해 향후 이에 상응하는 투자증가가 기대된다.
한국은 중국, 인도 또는 동남아의 저임금 국가들과 비교할 때 비용 측면에서만 따진다면 생산시설을 이전시킬 만한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독일기업들은 고도의 기술수준을 갖춘 매력적인 한국 시장에의 진출을 모색하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한국 수출 기업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중시하고 있다.
한국대기업의 ‘지배구조’(corporate governance)와 재벌의 투명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진전을 이룩했으며, 외국 파트너기업들은 이를 매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독일은 기술개발 분야에서의 중소기업의 역할이 크기 때문에 한국의 중소기업이 육성된다면 양국간의 협력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 한국 정부의 분권화와 중소기업 산업구조를 강화하는 노력들은 독일에서 중요하게 평가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충분한 노하우와 인력을 투입할 수 있겠지만, 독일 중소기업 투자자들은 특히 한국의 투자유치기관 Invest-Korea가 제공하는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잘 활용하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외국인사를 Invest-Korea 대표로 선임한 것은 외국 투자자들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한국의 개방적 태도를 잘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투자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은 구체적인 기술적,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데 이는 기업 경험이 없는 관료들에게서는 제공받기 어렵다. 중소 규모의 가족기업들은 전문적 식견 외에 정부 대기업의 담당자와 지속적으로 접촉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시 하고 있지만, 그러나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는 자신이 환영받고 있으며, 늘 새로운 담당자를 대상으로 자신의 의도를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분위기를 원한다. 따라서 외국인투자 옴부즈만을 설치한 것은 분명 투자자들을 위한 중요한 진전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중소기업 투자자들은 조세혜택이나 금융상 인센티브 보다는 세제와 관세상의 투명성과 법적 안전성을 더 중시한다. 그리고 통상적으로 한국시장이 지닌 매력 때문에 투자에 관심을 가지며, 좋은 수익을 기대하고 나아가 자사의 사업파트너들과 근거리에 있다는 장점을 고려해서 입지 결정을 내린다.
한국에 아직 진출하지 않은 기업들은 한국의 높은 임금수준, 생산성을 초과하는 임금 인상 그리고 극단적인 노동투쟁을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본다. 반면 한국에 이미 진출한 기업들은 한국 근로자의 높은 교육수준, 근무열의와 노동의 질에 대해 매우 만족해 한다. 한국의 관련 기관들이 국내 산업입지를 홍보함에 있어 한국을 직접 체험한 외국 매니저들의 ‘증언들’에 더욱 역점을 두는 데는 이러한 이유도 있을 것이다.
특히 독일기업들은 거의 100% 한국에서의 긍정적 체험에 대해 보고하고 있으며, “우리는 머물고자 왔다”(we come to stay)고 말한 ‘피에르 지멘스’ 전 회장의 슬로건에 따라 한국내 활동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한국은 지정학적인 위치, 공항과 항만시설 등의 훌륭한 교통 인프라 그리고 첨단 통신시설을 기반으로 허브 역할을 하고 있으며, 외국기업들은 한국의 허브 역할을 더욱 활용하는 추세에 있다.
외국 투자자로서는 한국이 IT분야, 통신, 생명공학, 자동차, 기계 등 미래 산업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점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한국인들의 개방적 태도는 물론 지적 재산권에 대한 법적 안전성이 확보돼 있다는 점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비교할 때 입지상의 장점이 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정부가 성공적으로 추진한 은행들의 민영화 작업은 정치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민감한 이 금융부문에 대한 외국의 투자에 대해서도 조건 없는 지원을 펼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이는 한국에서의 협력 내지 투자를 고려하는 외국기업들에게 고무적인 신호이다.
요약해서 말한다면 한국은 외국 투자자들 그리고 특히 독일 투자자들이 앞으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설치된 독일기업의 첫 연구개발 센터들은 성공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으며, 세계시장에서 최고의 품질과 기술로써만 성공을 거둘 수 있는 한국과 독일은 양국간 협력을 통해 ‘윈-윈’(win-win)의 상황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2005년 ‘한국의 해’를 계기로 이루어지는 노무현 대통령의 방독 등 고위 인사들의 방문, 그리고 2004년 한국을 우대하는 비자규정에 독일 쉴리 내무장관이 서명한 조치 등은 경제협력에 중요한 지원이 되고 있다.
독일 투자자들에 기회 제공하는 한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