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동안 지구 7바퀴 이상 거리를 운항하며 임무를 수행하던 해양경찰 경비정이 일생을 마감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여수해양경찰서(서장 박훈상)에 따르면 21일 30t급 소형 경비정인 P-62정이 어제 마지막 경비임무를 끝으로 퇴역하고 이달 말 90t급 최신예 경비정으로 대체 건조되어 다시 태어난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장으로부터 운항정지 명령을 받은 P-62정은 지난 1987년 9월 부산의 강남조선소에서 건조되어 여수해양경찰서에 배치, 취역한 이래 총 6만여 출동시간 동안 지구둘레 7바퀴 반에 해당하는 30만6천5백여㎞를 운항하며 임무를 수행해왔다.
길이 18.3m, 너비 5.4m의 P-62정은 이 기간 동안 4천4백여척의 선박 검문을 통해 670여척의 위반선박을 검거했고, 조난선 구조 활동과 응급환자 수송, 밀입국자 단속 및 깨끗한 해양환경 보전 등 전남 동부해역의 해상치안 질서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특히, 지난 1995년 7월 여수시 남면 소리도 해안에서 태풍 페이 의 영향으로 유조선 씨프린스호가 좌초되어 원유 5천여t이 바다로 유출된 최악의 해양오염 사고 당시 20여일간 쉬지 않고 방제작업에 나서 피해 확산을 방지했다.
P-62정이 처음 건조될 때는 미국 제너럴모터스社의 525마력짜리 엔진 2기를 장착, 당시로서는 최고 23.5노트의 속력을 자랑하는 고속경비정이었으나 거친 파도와 함께한 세월의 풍파를 겪으면서 이제는 여수해경 경비정 중에서 항상 달리기 막내 신세를 면치 못해 대체 건조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10명의 승조원을 이끄는 P-62정 이영호(51 경위) 정장은 “P-62정이 20여년간 각종 임무를 무사히 완수할 수 있었던 것은 역대 승조원들의 피땀 어린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말하고 “오늘의 해양경찰을 있게 한 주인공이 역사의 뒤안길로 멀어져 가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며 감회를 토로했다.
한편, 이번에 퇴역하는 P-62정을 대체할 90t급 최신예 고속 경비정은 다음달 초순께 여수해경에 인도되어 연안해역 안전관리와 해상경비임무를 맡아 P-62정의 역할을 이어가게 된다.
지구 7바퀴 반 돌고....역사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