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너 플라시도 도밍고 가 소프라노 르네 플레밍과 열연했던 베르디의 오페라‘오텔로 1995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 공연이 오는 6월 DVD로 출시된다.
이제 무대 공연은 디지털 기록을 남기기 위한 실연(實演) 샘플일 뿐일까.
원본보다 가상이 더 영향력을 갖는 ‘시뮬라시옹(simulation)’이 최후의 성역으로 남아있던 오페라와 콘서트 등 클래식 음악 공연에도 강력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오페라 공연 실황 DVD는 공연 자체보다 더 인기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와이드스크린 모니터와 홈시어터 시스템의 지원을 받아, 집에서 오페라와 콘서트 DVD를 즐기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주 수요층도 20~30대가 많다(조희경 유니버설뮤직 차장)”는 것이 관련업계 이야기다. 오페라 감상의 현장도 ‘극장’에서 ‘모니터 앞’으로 방향을 선회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소프라노 홍혜경이 출연하는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약칭 메트)의 돈 지오반니 뉴욕까지 가는 일도 쉽지 않지만, 딱 맞춰 그 공연을 만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홍혜경이 2000년 메트에서 체를리나 역을 맡았던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지오반니’의 실황 DVD는 홍혜경이 자신을 의심하는 약혼자에게 “나를 때려주세요”라고 노래하고 앙증맞게 엉덩이를 내밀며 열연하는 모습을 코 앞에서 손에 쥘 듯 재현한다.
바그너의 17시간짜리 4부작 오페라 ‘니벨룽겐의 반지 1976년 독일 바이로이트의 바그너 전용 오페라 극장 무대에서 펼쳐진 실황(지휘 피에르 불레즈, 연출 파트리스 셰로)은 30년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생생하게 재생된다. 그 역시 DVD의 힘이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오페라 공연 영상물이 18편이나 한꺼번에 DVD로 출시되며 오페라 DVD가 붐을 이루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메트의 ‘오셀로’에서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자살하는 마지막 장면은 조명을 받아 빛나는 은빛 치아까지 담아낸다”고 오페라의 DVD 버전이 주는 매력을 지적했다.
이미지와 음향을 디지털로 복원하는 DVD는 공연장에서는 놓치기 쉬운 배우들의 얼굴 표정, 주름살 움직임 하나까지 생생하게 재현하고, 공연장의 연주 음향을 예민하게 재생한다. 옛 영화를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내는 것처럼, 최근에는 과거 필름이나 비디오로 녹음·녹화됐던 오페라와 콘서트를 정교한 기술로 복원한 뒤 재발매하고 있다. 유니버설 뮤직은 베르디의 ‘오셀로 푸치니의 나비 부인 등 오페라 18편을 6월까지 DVD로 출시할 예정이다.
오페라 DVD는 오페라 감상 문화까지 바꿔놓고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오페라 애호가를 위한 ‘클럽 오페라’ 모임에서 DVD를 이용한다. 지난 2월 국립오페라단의 ‘마탄의 사수’ 공연에 앞서 카스파 역을 맡은 베이스 함석헌이 팬들과 DVD를 함께 보며 오페라를 해설한 뒤 직접 주요 아리아를 부르기도 했다. 정은숙 예술감독(세종대 교수)은 “영상물이 팬들의 안목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올해 이소영 연출의 가면무도회 와 홍혜경이 출연하는 라 보엠 등 수준 높은 오페라 무대를 선보였던 예술의전당 안호상 공연사업국장은 해외 공연을 영상으로 접한 관객들이 더욱 값싸고 질 높은 공연을 요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젊은층 DVD로 오페라 즐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