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은 한나라당이 두차례의 대선패배 이후 지금까지 죽을 쑤고 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과 여당을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죽을 쑤고 있으니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자조적인 목소리들이 높아져가고 있고, 그중의 백미가 ‘한나라당은 집권가능성이 없다’이다. 과연 그런가 한마디로 멍청한 소리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대통령선거는 당 대 당 선거가 아니라, 후보 대 후보 선거이기 때문이다. 선거란 커질수록 인물의 비중이 커지고 작아질수록 당의 비중이 커지는 법이다. 작은 선거는 유권자가 후보 개인에 대한 관심이 없다. 반대로 큰 선거는 후보 개인에게 모든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대선만 보아도 명확하다. 한나라당 대 민주당으로 싸웠으면 이회창이 질리가 없다. 이회창 대 노무현으로 붙었기 때문에 노무현이 이긴 것이다. 유권자들이 모두 노무현을 민주당 후보라고 생각했다면 대통령이 될 수가 없었다. 따라서 한나라당은 경쟁력있는 후보를 내세우면 지금도 얼마든지 집권할 수가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계속 죽을 쒀도 된다는 말인가. 물론 아니다. 무엇보다도 발군의 후보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는 당의 역할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지방선거나 총선이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은 이제 죽을 그만쑤고 맛있는 밥을 지어야 한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여기서 우리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가 있다. 한나라당은 선거에 진것이 아니라 시대정신에 졌다고 한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시대정신을 지금까지 잘못 파악하고 있으니 문제다. 지금의 시대정신을 좌다 우다, 진보다 보수다라는 이념적인 잣대로만 재고 있는게 착각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밤낮 왼쪽으로 한클릭 옮겨야 한다느니, 오른쪽을 고수해야 한다느니 하며 그야말로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시대정신은 좌우, 진보 보수 그런게 아니라, 유연함, 명쾌함, 활달함 이런 것이다. 소위 좌파들이 득세한 것은 좌파래서가 아니라 이런 시대정신을 먹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아직도 이걸 모르고 있는 것이다. 토니 블레어가 집권한 것은 영국 국민이 보수당의 오랜 집권에 식상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토니 블레어의 유연하고 명쾌하고 활달한 이미지가 경직되고 불분명하고 무거운 보수당의 이미지를 눌러 엎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노소를 불문하고 밤낮 이념타령이나 하고 있는 분들부터 각성을 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유연하고 명쾌하고 활달한 이미지의 인사들을 전진배치시켜 당을 이끌도록 해야한다. 오죽하면 영국의 보수당이 헤이그라는 30대 젊은이를 당수로 내세웠을까를 생각해보자. 만약 우리 한나라당이 이런 일을 해낸다면 모든 전세를 일거에 전환시킬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이런 일을 못한다. 기득권에 쩔어있기 때문이다. 기득권을 가진 세력들이 기득권을 절대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멸은 해도 기득권은 못버린다는 식이다. 이것이 한나라당이 계속 죽을 쑤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이다.
얼마전에 서경석 목사가 여의도 P-mart에 와서 수도분할법 합의에 격분하면서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침몰하는 타이태닉호 안에서 체스게임에서 돈을 땄다고 희희낙락하는 꼴이다...
한나라당 집권가능성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