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김천식 교류협력국장은 15일 <청와대브리핑>과 인터뷰에서 남북 간의 민족사회 통합이 국가제도 통합에 우선해야 한다는 통일정책의 철학을 우리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국장은 또 “출입체류합의서를 비롯한 9개 경협관련 합의서가 발효되고 임진강 수해방지사업과 같은 미(未)이행 합의사항이 이행되면 남북 간의 제도화 수준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국장은 2000년 6·15 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을 수행해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한 것을 비롯해 3차례 특사회담, 14차례의 장관급회담에 참여하는 등 통일정책 수립과 관련규정 정비 작업에 참여해왔다. 11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하기도 했던 김 국장은 올해 2월부터 교류협력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먼저, 6·15 공동선언 이후 5년 간 남북교류협력의 현황과 성과를 설명.
6·15 공동선언 이후, 북핵문제 등으로 남북 간 교류협력이 생각만큼 잘 진행되고 있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만 그 전과 비교할 때 많은 진전이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우선, 인적교류에 있어서 1989년~1999년 1만1321명이었던 북한 방문객이 금강산 관광객을 제외하고도 2000년부터 올해 5월까지 9만5812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남한 방문의 경우는 방북인원보다 적지만 1999년까지 총 637명에서 2000년 706명, 2001년 191명, 2002년 1052명 등 지난 5년 간 3665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남북교역에 있어서도 2000년부터 올해 5월까지 반입 12억7000만달러, 반출 19억4000만달러 등 32억달러를 상회하고 있고, 한국은 북한의 제2교역국으로 자리매김 했습니다. 3대 경협사업은 북한 핵문제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 건설은 1단계 100만평 부지조성 공사와 함께 시범단지(15개 기업 입주) 개발이 완료단계에 있는 가운데 1단계 100만평 부지공사는 67% 공정률(2006년 완료예정)을 보이고 있습니다. 금년에 1차 5만평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분양할 계획입니다. 시범단지는 2005년 상반기 본격가동을 목표로 현재 4개 기업이 공장을 가동 중이며, 9개 기업이 공장 건축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철도 도로 연결은 지난해 11월말 경의선·동해선 도로 연결구간 공사를 모두 완료했고, 올해 말 개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 중입니다. 금강산 관광사업은 육로관광이 정례화되면서 활발하게 전개돼, 올해 6월 7일로 관광객이 100만명을 돌파했습니다.”
-남북교류협력의 의미를 설명한다면.
우리는 제반분야에 걸쳐 남북간의 공동체 형성을 지향합니다. 남북 간의 민족사회 통합이 국가제도 통합에 우선해야 한다는 통일정책의 철학을 우리 국민들은 공감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형성을 위해서는 남북 간 교류협력이 필수 불가결합니다. 남북 경제협력은 인적 왕래와 접촉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이는 신뢰구축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또한 철도 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관광사업의 추진이 남북 간에 군사적 대결이 가장 첨예한 지역에서 이루어짐으로써 군사적 긴장완화에도 기여했습니다. 평화회랑, 평화지대가 설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소위 퍼주기 논란도 있었습니다만 동포애 차원에서 지속적인 지원이 이루어짐으로써 북한동포들의 대남 적대감을 해소하는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리고 의존관계가 형성됨으로써 한반도 평화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봅니다.
민간 경제협력의 경우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남북철도·도로 연결 등 3대 경협사업을 제외하면 뚜렷한 진전이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북투자에서 3대 사업을 제외하면 그 규모가 크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기본적으로 투자가 부진한 것은 경제적인 측면에서 시장성이 약하고, 사회기반 시설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투자유인이 부족하며, 정세면에서도 투명성이 부족한 때문입니다.
개성공단 건설은 바로 사회기반 시설을 확충해서 투자를 유인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세의 안정과 투명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핵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한 남북대화를 정례화, 제도화하고 각종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후 활발히 기능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교류협력에서 남북관계의 ‘특수성’에서 파생되는 어려움이 있을 텐데.
“남북관계의 속성을 말할 때 흔히들 특수성, 이중성을 듭니다. 이는 관념의 문제라기보다는 불가피한 현실입니다. 아직도 불신이 남아 있고 군사대결이 엄존하며 최근에는 핵문제도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화해·협력하면서 대결을 해소하고 평화를 정착시켜 통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안보는 안보대로 튼튼히 하면서 화해·협력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왔습니다.
특히 핵문제로 어려움이 있지만 핵문제 해결과 화해협력 추진을 병행하면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교류협력을 꾸준히 해 나감으로써 과거와 같이 여러 차원의 위기가 상호 악순환 과정을 거치면서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던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봅니다. 북한의 대남·대외의존성이 높아진 환경변화로 인해 핵문제 등 안보환경 개선에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교류협력의 향후 계획과 확대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첫째 민간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교류협력은 법질서 내에서 자율적으로 추진하고, 철도·도로 연결 개성공단 건설, 금강산 관광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거나 내실 있게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둘째, 남북간에 합의되었던 사안들을 추진하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현재 출입체류합의서, 상사중재위원회 구성·운영합의서 등 9개 경협관련 합의서가 발효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을 발효시켜 이러한 제도를 운영할 6개의 실무기구를 구성하고 통신망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 같은 사안이 성사되면 남북 간의 제도화 수준은 한 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또 임진강 수해방지사업, 도로개통, 철도 시험운행 등 사업적 측면에서도 이행되지 못한 합의사항이 있는데 이것들도 이행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이러한 미이행 사항의 이행은 남북대화가 열리게 되면 본격 합의하여 올 하반기부터는 실천에 옮겨지게 될 것입니다.
셋째, 남북교류협력을 확대·발전시키는 문제입니다. 우리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포괄적 구체적 경협사업이 이러한 방향을 담고 있습니다. 핵문제 해결 과정에서 이러한 사업들이 추진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이에 대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한 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북·미 간에 더 나은 정상적인 관계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점은 핵문제 해결과 남북경협 추진에 기여할 것으로 봅니다.
남북 경제협력 신뢰
